아마 이제는 매니어들의 관심에서 가장 멀리 떠나가버린 컴퓨터 부품이 바로 랜카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공유기가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랜카드는 그야말로 사무실 내부의 랜 환경 내에서 컴퓨터의 공유사용을 위한 필수적인 물건이었습니다. 한가지 예로 크로스 케이블로 컴퓨터끼리 연결시키면 공유기 없이 하나의 통신선으로 여러대의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었습니다.

즉, 한대의 메인 컴퓨터에 두개의 랜카드를 끼우고(즉 PCI 슬롯에 두개의 랜카드를 끼우는 것임) 그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의 인터넷 수신용으로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다른 컴퓨터의 랜카드에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컴퓨터에서는 메인 컴퓨터의 전원이 꺼져있지 않은 이상 공유기 없이 인터넷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속도는 엄청나게 느려서 요즈음에는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공유기를 사용하면 속도 저하도 없고 또 공유기도 신품 한대에 2만원이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건 중고 중 가장 싸고 가장 흔한 물건이 바로 랜카드입니다. 1000원, 대량으로 사면 100장을 5만원에 살 기회도 드물게 나타납니다. 바로 그때 잡아버리면 컴퓨터 100대를 동시에 돌릴 수도 있는 랜 환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말이 컴퓨터 100대이지 이는 요즘 한창 인기인 듀얼 코어 컴퓨터 50대의 성능입니다. 고성능 컴퓨터는 메모리보다는 시피유의 비중이 훨씬 큽니다. 메모리는 그저 게임이나 그래픽 등 애들 노는 데에나 필요한 부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비스타가 1메가 메모리를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한다지만 이 역시 어떤 고도의 성능 때문이 아니라 에어로라던가 하여간 오락이나 디자인 때문에 필요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실 프로그래머로서 꼭 필요한 성능의 메모리는 과거의 윈도우 2000 프로페셔널에 128메가 메모리면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부품, 바로 파워입니다. 흔히들 파워를 무시하지만 의외로 파워는 중요합니다. 특히 장시간 서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파워로부터 전달되는 전원의 용량과 안정성은 컴퓨터, 특히 메인보드의 내구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종래 98시절에 흔히 묻지마 파워라고 해서 중국산 싸구려 비정격 파워를 쓰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중고 컴퓨터 가게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망가진 메인보드들은 바로 그 묻지마 파워 때문에 생겨난 환자들입니다.
 

즉 메인보드와 파워는 직결됩니다. 그리고 컴퓨터의 각 부품들은 제 각각 전기를 잡아먹습니다. 메인보드, CPU, 하드디스크, 시디롬, 그래픽카드 등이 바로 그런 전기 도둑들인데 통상 위 한 종목당 30~50와트 정도 먹는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므로 그것 하나 더 달아서 사용하는 경우 그만큼 용량이 더 큰 파워를 써야 합니다.

요즈음에는 중국산도 정격 파워가 많이 나오고 있고 또 중국산 자체의 품질도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원이면 펜티엄4용 신품 파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격은 아니지만 쓸 만은 합니다.

하기야 이론은 이런 식이지만 저도 묻지마 비정격 파워를 사용합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제 웹서버와 데이터베이스서버에는 4메가 짜리 그래픽 카드에 하드디스크 달랑 한 개만 달려 있습니다. 시피유도 인텔 866이고 메모리는 SDR 256 한 개 달랑 꽂아 놨습니다. 시디롬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200와트면 충분히 돌아가고도 남는 사양입니다.

 

지금까지 6개월을 쉬지 않고 돌렸어도 아직도 쌩쌩합니다. 하지만 메인으로 쓰는 2.8기가짜리 프로그램 작업용 컴퓨터에는 하드디스크도 많이 달려 있고, 그래픽카드도 두개씩이나 달려 있기에 펜티엄 4용 파워를 사용합니다. 만원짜리입니다. 6개월 전에 신품으로 샀었지요.

이제 조금은 지겨워질 만도 했던 하드웨어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나는 듯합니다. 매우 평이한 내용이면서도 막상 정확히는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왜 이런 기초지식이 중요한지는 앞으로 다루게 될 시스템 구축에서 뼈져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일단 말이 나왔으니 2003서버시스템 구축하는 작업보다는 100대의 컴퓨터를 병렬로 연결하여 괴물 컴퓨터를 만드는 작업이 더 흥미로울 것입니다. 공유기와 소켓 프로그래밍을 이용해서 이를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