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컴퓨터 고장난 것 고치거나 프로그램 오류난 것을 바로잡아 주는데 시간을 꽤나 허비합니다. 정작 해야 할 일은 개발일인데 본업은 뒷전에 미뤄두고 사장이나 상사가 시키니까 하는 수 없이 드라이버 들고 먼지 가득한 컴퓨터 뚜껑을 열고 닫기가 일쑤입니다.

대개는 사장이나 상사가 컴퓨터나 프로그램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시가 내려집니다. 그런 일이라면 밖에서 정비기사 불러다가 시키는 것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컴퓨터 정비 일을 제대로 할 줄 아는 프로그래머는 실은 거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분야만 해도 분야가 엄청 넓어서 자기가 주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사실상 컴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하드웨어는 오죽할까요.

 

하지만 반대로 만약 어떤 신입이 있어서 회사 내의 장비를 가위손이 여자 머리 다루듯이 자유자재로 주무른다면 그 직원은 일단 점수를 따고 들어가게 됩니다.

이 세상은 어딜 가나 조직사회입니다. 회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조직사회에서는 인간관계가 모든 것의 중심에 있습니다. 물론 일 그 자체를 잘한다면 그 인간관계의 중심에 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에 대해서 자신이 있으려면 적어도 경력 3~5년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자신만의 깜짝기로 상대방의 눈을 현혹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요컨데 목적은 인간관계의 중심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그 안으로만 진입하면 그 사람은 단 한달내에 일본에서 안정된 위치에 들어서게 됩니다. 인간관계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여자가 이쁘면 단 한순간에 남자의 눈에 들어 평생 행복을 보장 받는 것과 같습니다.

 

하드웨어는 깜찍한 기술입니다. 그 누구도 제대로 하는 프로그래머가 없습니다. 이는 자바스크립트를 누구나 조금씩은 하지만 정작 전문적으로 잘 하는 사람은 드문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하드웨어를 깜직할 정도로 잘하면 그 사람은 사장의 신임은 아닐지라도 애정은 받게 됩니다. 신임이나 애정이나 그 효과는 같습니다. 신임 받는 부하직원이 사랑 받는 아내보다 더 많은 것을 받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일본은 조직사회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인간관계가 강력한 조직사회입니다. 따라서 단 한달 만에라도 딱 한번의 이쁨 보임에 의해서 그 사람은 일본이란 거대한 사회 속에 연착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이제 일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볼 때는 말입니다. 이것을 두고 소위 자리를 잡았다고 부릅니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자리를 잡았다.”

하드웨어는 단 한달만에 그렇게 될 수 있게끔 만드는 여러 깜짝기 중의 하나입니다. 이제 전회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갑니다.

 

사실 중요한 이야기는 이미 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피유와 메모리의 오버클럭을 정확한 개념적 기초하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컴퓨터 하드웨어 중급 이상은 되는 사람입니다. 그처럼 컴퓨터 업계에서는 급수 개념에서 “구라(뻥튀기)”가 큽니다. 일반 동네기원 1급이 한국기원 6급과 마찬가지인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것은 기회입니다. 저도 평소에는 인간 자질이 어쩌고 하면서 IT 업계 사람들을 잔인하게 비하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쉽게 경쟁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이점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습니다. 동대문 시장에서 장사하는 법 배워서 자기 장사 시작하는데 통상 3년이 걸리고 10억 이상의 돈을 만지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립니다. 요컨데 중급 수준의 실력을 갖추려면 3년은 갖다 박아야 합니다.
이는 이 사회의 그 어느 분야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구라는 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업계에서 중급의 실력을 갖추는 데에는 1년이면 뒤집어 씁니다. 솔직히 이건 “구라”인데 현실에서는 이 구라가 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조금만 진정한 실력을 갖추게 된다면 그 사람은 구라 안치고 가만 있어도 이 사회로부터 중급의 인정을 받게 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다른 분야 같으면 초급 실력으로 이 분야에서 당당히 중급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자꾸 이야기가 옆길로 새는데, 어쨌든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시피유와 메모리의 오버클럭을 정확한 개념적 기초하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컴퓨터 하드웨어 중급 이상은 되는 사람”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이 분야에 약간이나마 관심이 있다면 『 하드웨어 - 오버클럭 』와『하드웨어 - 메인보드와 메모리』를 세번 정도 반복해서 읽어 보세요. 그것으로서 중급 하드웨어 기술자가 되는 것입니다.

오버클럭을 3년씩 했던 파코즈 사람들도 이것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중급은 된다고 자부하고들 있습니다. 어쨌든 위에서 예시한 두개의 글만 제대로 소화하면(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니므로 3번 읽으면 저절로 이해될 것임) 그 사람은 남들 같으면 3년씩이나 공들여 취득한 구라 중급 학위를 단 하루 만에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다른 하드웨어 부품들 다루는 요령입니다. 일단 하드디스크부터 시작해 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다시 한번 미리 언급해 둘 것이 있습니다.

컴퓨터 분야는 하드나 소프트를 불문하고 체계가 매우 얕은 분야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는 무척이나 반복을 해 왔던 이야기입니다. 이는 반드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쓸데 없는 시간 낭비를 절약시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프로그램이나 하드웨어라 하더라도 그 다루는 방법은 학문적이라기 보다는 경험적입니다. 즉 지식이 아닌 요령이 태반입니다. 예를 들어 닷넷 같으면 상당히 고도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척 보기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닷넷을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자바 역시 마찬가지이고 C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는 오직 경험적으로 접근합니다. 그래야 뒤통수를 맞지 않게 됩니다.

법률 같은 분야를 보면 그 분야에서는 어느 하나의 지식이 그 하나의 지식으로 그치지만은 않고 전체의 체계 속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론 잘 정리된 상태로 말입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연관된 지식이라고는 별로 없으며 연관이 되더라도 매우 불완전하거나 불안정한 경우가 100%입니다. 따라서 뭘 하나를 알아도 그것을 다른 곳에서 써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그 프로그램이나 언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즉흥적 편의적으로 그것을 만들었다는데 연유합니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객관적,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일단 당장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을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으로 만족이었습니다. 대신 프로그램이나 언어는 대부분이 임기응변적, 나아가 꽁수라고 볼 수 밖에 없는 내용들로 가득차게 됩니다. 이는 MS의 윈도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접근함에 있어서 마치 다른 학문을 대할 때처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심호흡을 한번 한 후에 오로지 이해 위주의 학습을 시작한다면 그 사람은 얼마 안 가서 정신분열증에 걸릴 것입니다. 이는 길거리에 개가 똥을 쌌는데 그 똥을 우연히 발견한 사람이 왜 개가 이곳에다가 똥을 쌌는가 하며 땅의 경사도나 날씨와 온도 풍향 등을 측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 필요 없습니다. 결론은 개가 똥을 싼 것입니다.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컴퓨터 공부는 깊이 있는 이해가 아닌 깊이 있는 암기입니다. 이것이 컴퓨터와 다른 학문과 다른 점입니다. 학문은 영원성이 있지만 지금의 IT 기술들은 영원성이 없습니다. 0과 1만 빼고는 앞으로 완전히 뒤엎어서 다시 만들어질 운명에 있는 임시적인 지식들의 쓰레기 창고일 뿐입니다. 따라서 이해는 금물입니다. 굳이 이해라고 한다면 “아 이 녀석은 이런 식으로 이렇게 처리했구나” 라는 정도입니다. 그것 이상의 이해는 없습니다. 다만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바보나 평범한 사람은 아니고 그래도 수재급에 드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깊이는 있습니다. 요컨데 “즉흥적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지식들의 깊이 있는 집합”이 바로 IT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나 자신의 기본자세가 잡히게 될 것입니다. 하드웨어 역시 이런 기본자세에서 접근해 보도록 하지요.

 

하드디스크는 비록 느리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300기가 씩이나 되는 대용량을 감당할 만한 캐시 메모리나 램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SQL을 사용해 보면 하드디스크의 속도도 반드시 느리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1억개의 레코드를 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SQL을 물끄러미 바라다 볼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하드디스크는 여전히 매력적인 도구입니다.

하드디스크는 그것이 메인보드의 메인 IDE 커넥터에 연결되느냐 여부에 따라서 OS를 담을 수 있느냐 여부가 결정됩니다. 메인 IDE(흔히 0번 IDE, 0번이 없는 경우는 1번 IDE) 에 연결되어 있기만 하면 OS가 C드라이브에 깔려 있건 D드라이브에 깔려 있건 얼마든지 작동을 할 수 있지만, 메인이 아닌 다른 IDE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것이 안됩니다.

 

 

다만 대용량 저장소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S-ATA 방식의 하드디스크도 나왔는데 이 역시 원리는 동일할 듯 합니다. 즉 메인 S-ATA 케넥터에 연결된 경우만 OS 장착이 가능할 것인데 직접 확인은 안해봤습니다.

또한 CD롬, 즉 일반 시디에는 그것이 메인 IDE에 연결되어 있고 나아가 시디가 RW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OS를 깔지 못합니다. 이것이 또 하나의 장사거리 내지는 최소한 5년을 갖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연구분야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CD에 윈도우 XP나 비스타를 깔고서 그것을 가지고 다니면 그것이 컴퓨터 한대를 가지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발명이 나올 법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노트북의 차원을 넘는 초경량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누군가가 벌써 이 연구를 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호주머니에 CD 케이스 한장만 넣고 다니면 그것으로서 끝. 동네 피씨방에 가서 호주머니에 있는 CD를 갖다 끼우면 그것으로서 끝. 직장이나 남의 집에 가서도 거기에 있는 아무 컴퓨터 CD롬에 내 호주머니 안의 CD만 갖다 끼우면 그것으로서 끝.

언젠가는 이런 시대가 오고야 말 것입니다. 이는 USB 메모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히려 이쪽이 더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하여간 그 어떤 쪽이던 결과는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또 한번의 혁명이 일어나게 되겠지요. 대단한 일입니다.

 

현재로서도 하드디스크를 분리하거나 외장하드를 가지고 다니거나 하면서 이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상태이긴 합니다. 하지만 남의 컴퓨터 안에 있는 하드를 빼내고 내 하드를 갖다 꼽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일단은 일전에도 한번 언급했던 메인보드와 하드디스크와의 궁합 문제도 심각합니다. 메인보드와 하드디스크와의 궁합 문제란 정확히는 메인보드와 하드디스크에 들어있는 프로그램, 특히 OS와의 궁합을 뜻합니다. 98 시절과는 달리 XP 이후로 오면서 이는 기본적으로 호환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스트 프로그램의 위력이 반감되었다는 말도 이미 한번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어려운 기술은 아닐 것이고 결국은 누군가 이 일, 즉 CD나 USB 메모리에 OS를 장착할 수 있게 하는 발명을 해 내고 말텐데 그렇게 되면 컴퓨터 업계에는 어떤 파장이 미치게 될까요? 일단 이 세상의 모든 컴퓨터가 모든 사람들에 대해 공용으로 쓰일 수 있게 된 상황이 도래하게 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일단 노트북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노트북 시장 전멸.

 

데스크탑의 경우 고사양이 필요한 사람은 고사양 공용 PC를 사용하면 되니까 고사양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결 손쉬워집니다. 따라서 프로그램들은 엄청나게 고사양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의 변화는? 어쨌든 상상을 하기에도 벅찬 변화가 밀어닥치게 될 것입니다.

MS는? 아마 망해버릴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OS는 PC에 깔려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호주머니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PC 그 자체는 텅비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부터는 기업이 아니라 개인 상대로 정품 검열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MS도 오라클도 어도비도 그 외 지금 잘나가는 초우량 프로그램 기업들의 표정은? 무조건 망했다고 보면 됩니다. 모든 일반 기업들은 오로지 고사양 하드웨어만을 비치해 두면 그만입니다. 따라서 인텔이나 AMD 등 하드웨어 업체들은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로 하드웨어에 관한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은? 당연히 연봉이 올라가고 사회적 지위도 올라가게 되겠지요. 따라서 이곳에서의 하드웨어 공부는 열심히 할 가치가 있겠군요. 글이 길어져서 다음 편에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